[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 17]

[논객칼럼=김대복]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입냄새를 어떻게 치료했을까. 기원전 460년에서 377년 까지 산 히포크라테스는 의료인 윤리 지침을 마련한 의사다. 그는 의사가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련했다. 그 문구 중 한 구절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의 우선적 생각’이다. 

그는 환자의 건강 차원에서 입냄새를 우려했다. 고대에는 구취를 쉽게 치료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구취는 삶을 피폐하게 하는 악으로 간주됐다. 유대인의 경전이자 생활지침서인 탈무드에는 심한 입냄새가 이혼의 사유로 적시돼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당시로서는 난치병이나 불치병에 속하는 구취 치료에 도전한다. 그는 입 냄새 의견을 ‘인상학의 판단’에 남겼다. 구취를 간이나 폐의 손상 결과로 보았다. 이 경우 때로는 사리분별력이 약하고, 허망함과 교활함으로 약속을 잘 어긴다고 파악했다. 반대로 향기로운 냄새를 지닌 건강한 사람은 삶의 자세도 반듯한 것으로 생각했다. 

히포크라테스는 구취인이 호흡 때 공기의 신선도가 유지되는 방법을 연구했다. 입냄새 제거약을 만들기 위해 실험 토끼와 실험 쥐를 선택했고, 대리석도 활용했다. 다양하게 만든 분말을 여러 종류의 아로마 오일과 화이트 와인에 섞어서 입안을 가글하게 했다. 특수 약초로 만든 구강청정제는 큰 인기를 끌었다. 히포크라테스가 제조한 구강청정제의 대표적 원료는 포도주, 시라자 열매, 아니스 열매 등이다. 

Ⓒ픽사베이

포도주는 향이 좋아 악취를 중화시키고, 한약재로도 쓰이는 시라자와 아니스는 상쾌한 향이 있다. 미나리과 식물인 시라자는 소회향(小茴香)으로도 불린다. 가래약, 구풍약으로 쓴다. 따뜻한 성질의 열매는 매운 게 특징이다. 식욕을 북돋고, 기의 순환을 촉진해 한사(寒邪)를 없앤다. 비(脾)와 신장을 따뜻하게 한다. 

아니스도 미나리과 한해살이풀로 향기롭고 달콤하다. 음식과 술의 맛을 내는 향료로 인기가 높다. 치약 원료로도 사용된다.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소화촉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 보존재로 사용했다.

이처럼 서양의학이 비조인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은 한의학과도 맥이 통한다. 그의 어록 중 하나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이다. 그런데 그는 예술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가 실제로 말한 것은 의술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쓴 고대 헬라어 ‘테크네(techne)'가 라틴어 아르스(ars)로 바뀌고, 영어 '아트(Art)'로 옮겨지면서 예술로 변형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테크네는 기술, 기법 등을 의미했다. 의사이자 철학자인 히포크라테스는 의료기술을 테크네로 표현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신(神)에 의지하던 의술에서 인간이 치료하는 자연과학적 의학을 주장했다. 초자연적, 종교적 속박에서 벗어나 합리적 의술을 추구했다. 히포크라테스에 대한 최초 기록은 플라톤이 남겼다. ‘프로타고라스’에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의사’로 소개했다. ‘파이드로스’에서는 인간본성의 철학과 기술의 의학을 동시에 다루는 의사‘로 표현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정치학‘에서 그를 위대한 의사로 인식했다. 

당대의 철학자들이 기록할 정도로 그는 대단한 의사였다. 당시 명의는 대대로 의술을 가업으로 전승한 의사였다. 고대 그리스인도 현대인처럼 생로병사에 민감했다. 이에 의술이 번성했고, 가업으로 잇게 됐다. 의사들은 의술의 명가를 이룬 아스클레피오스의 후손임을 내세우곤 했다. 히포크라테스도 그 중의 한 명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첫머리에 아스클레피오스를 포함한 집안 의사들이 소개된다. “나는 의사인 아폴론, 아스클레피오스, 히게이아, 파나케이아를 두었다. 모든 신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들로 나의 증인을 삼는다.” 

합리적 의학을 주장한 히포크라테스는 신의 의술을 통해 권위를 더하려고 한 듯하다. 선서에서 의술의 신들을 먼저 언급한 데서 유추할 수 있다. 또는 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연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과도기적 선택일 수도 있다. 바로 실증의학을 추구한 그의 관점이 한의학과 통하는 부분이다. 질병의 원인을 기후 풍토의 자연환경, 섭생, 인간의 체질로 파악하는 점이다. 그는 인간의 구성요소인 4액체(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가 온냉건습(溫冷乾濕)과 맞물려 건강이 좌우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구취의 원인도 4액체와 온냉건습의 신체변화에서 찾았다. 한의학에서는 입냄새를 오장육부의 기능과 연관 짓는다. 한의학에서 구취발생 변수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는 게 위열(胃熱), 간열(肝熱), 허화(虛火)다. 위열은 소화기능 약화로 인한 위와 장의 흡수와 배설 부조화로 발생한다. 간열은 기의 울체로 인한 간의 부담이 원인이다. 극심한 분노와 스트레스, 음주가 지속되면 간 기능이 저하된다. 

허화는 만성피로로 인한 진액부족 상태다. 위열 간열 허화는 열로 전이돼 위산역류, 입마름, 구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입냄새 치료 때 원인과 체질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원인과 체질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서 구취는 고민만 해야 하는 질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3개월이면 치료되는 가벼운 질환이다. 다만 구취 원인이 제대로 진단되고, 체질과 증상에 맞는 처방이 전제됐을 경우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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